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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아트

[담화총사 칼럼] 소정희 작가의 “웃음으로 내려놓는 하루, 세상만사 잊고 살게나”

- 호랑이가 가르쳐 준 내려놓음의 미학
- 호랑이도 쉬어 가는 법을 안다

K-컬처 장규호 기자 |  소정희 작가의 작품 “세상만사 잊고 살게나” 속 호랑이는 위엄보다 여유가 먼저 보인다. 이를 드러내며 으르렁대는 산군山君이 아니라, 세상의 무게를 한 발짝 내려놓은 존재다. 민화 속 호랑이가 원래 지녔던 풍자와 해학의 전통은 이 작품에서 현대인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쉼의 상징’으로 되살아난다.

 

 

화면 속 호랑이는 몸을 틀어 앉은 채 한쪽 앞발을 내밀고 있다. 공격도, 경계도 아닌 제스처다. 마치 “그만 좀 애써도 된다”고 말하는 듯하다. 굽이진 꼬리는 긴장을 풀어낸 호흡처럼 둥글고, 표정에는 묘한 미소가 깃들어 있다. 힘의 과시가 아니라 힘을 내려놓을 줄 아는 경지가 이 작품의 핵심이다.

 

배경은 단순하다. 그러나 그 단순함은 비어 있음이 아니라, 생각이 잠시 머물 수 있는 공간이다. 소정희 작가는 전통 민화의 호랑이를 그대로 재현하기보다, 오늘의 삶에 맞게 재해석한다. 바쁘고, 지치고, 끊임없이 비교당하는 시대 속에서 이 호랑이는 말한다.

 

“세상만사, 잠시 잊고 살아도 괜찮다.” 이 작품의 미덕은 웃음이다. 가볍지만 얕지 않고, 익살스럽지만 가볍지 않다. 민화가 본래 수행했던 역할과 권력에 대한 풍자, 삶에 대한 위로, 웃음 속의 진실—이 현대적 감각으로 다시 작동한다. 그래서 이 그림은 보는 순간 미소를 짓게 하고, 돌아선 뒤에는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소정희의 호랑이는 잡귀를 쫓는 수호신이기 이전에, 번뇌를 내려놓게 하는 동행자다. 이 작품은 말없이 알려준다. 세상을 이기는 법보다, 세상을 잠시 잊는 법이 더 필요할 때가 있다는 것을...

 

작가 노트 | 소정희
이 그림을 그리며
강해지고 싶다는 생각보다
조금은 내려놓고 싶다는 마음이 더 컸습니다.

 

호랑이는 늘 힘의 상징이었지만
저에게는 언젠가부터
웃어줄 수 있는 존재로 다가왔습니다.

 

세상일에 너무 얽매이지 않고
하루쯤은, 한 순간쯤은
“에라, 모르겠다” 하고
마음을 풀어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이 호랑이를 그렸습니다.

 

이 그림을 보시는 분들이
잠시라도
걱정을 내려놓고
미소 한 번 지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이 작업은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세상만사,
조금 잊고 살아도
괜찮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