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컬처 강경희 기자 | 김나은 작가의 작품 앞에 서면 이 문장은 더 이상 개념이 아니라 하나의 풍경이 된다. 화선지 위에 유채가 스며들고, 먹의 호흡 위로 색이 겹쳐지는 순간, 전통은 과거의 형식이 아닌 현재의 언어로 다시 태어난다. 김나은 작가는 ‘화선유채서화’라는 융합 기법을 통해 동양 서화의 정신과 서양 유채의 물성을 하나의 화면에 공존시킨다. 이는 단순한 재료 혼합이 아니다. 종이의 성질, 색의 무게, 시간의 층위를 끝까지 이해한 뒤에만 가능한 고난도의 회화 실험이다. 화선유채서화, 김나은의 방식 화선지는 흡수가 빠르고 섬세하다. 반면 유채는 본래 캔버스와 두꺼운 색층을 전제로 한다. 이 둘의 만남은 언제나 위험을 동반한다. 그러나 김나은 작가는 그 위험을 회피하지 않고, 오히려 표현의 에너지로 전환한다. 밑처리로 종이의 숨을 조절하고, 유분을 절제해 번짐을 통제하며, 붓질의 속도를 낮춰 색이 종이 속으로 ‘스며들도록’ 기다린다. 그 결과 화면에는 칠해진 색이 아니라 머문 색이 남는다. 판다, 현대의 민화가 되다 작품 속 판다는 단순한 동물이 아니다. 먹을 머금은 붓으로 그려진 눈동자에는 인간의 감정이 깃들고, 유채로 쌓아 올린 몸체에는 생명의 온기
K-컬처 강경희 기자 | 해마다 새해가 시작되면 사람들은 가장 먼저 한 글자를 떠올린다. 바로 ‘福복 이다. 그러나 이 글자를 단순한 행운의 기호로 이해한다면, 우리는 이미 복의 절반을 놓치고 있는 셈이다. 福은 우연이 아니다. 福은 기다림이 아니라 도래到來 이며, 정지된 상징이 아니라 움직이는 기운이다. K-민화 ‘福’자 안에 병오년의 붉은 말을 담아낸 이 작품은 그 오래된 진실을 다시 일깨운다. 복은 가만히 벽에 붙어 있는 글자가 아니라, 삶을 향해 힘차게 달려오는 존재라는 사실을 말이다. 말은 예로부터 길조였다. 전쟁에서는 승전의 상징이었고, 평시에는 교류와 번영, 그리고 민간에서는 출세·속도·성취를 의미했다. 특히 병오년의 말은 ‘붉은 말’이다. 붉음은 불火의 기운이며, 정체를 허락하지 않는 추진력과 생명력의 색이다. 이 작품 속 말은단순히 福자를 장식하는 도상이 아니다. 福자의 구조 안에서 말은 몸을 일으키고, 시선을 앞으로 두며, 지체 없는 움직임을 준비한다. 이는 곧 이렇게 말한다. “복은 준비된 삶을 향해 먼저 움직인다.” 福자의 조형 또한 의미심장하다. 전통적으로 福은 ‘신에게 올리는 제사’와 ‘가득 찬 그릇’을 뜻한다. 이 작품에서는 그 글
K-컬처 전득준 기자 | 현대미술의 흐름을 조망하는 ‘2025 서울아트쇼(Seoul Art Show)’가 24일 부터28일까지 서울 코엑스(COEX) Hall A에서 열리고 있다. ‘모두를 위한 예술(Art for All)’ 주제로 국내외 갤러리 150여 곳이 참여해 현대 미술의 최신 흐름을 한자리에서 조망할 수 있는 서울 아트쇼는 매년 크리스마스 시즌에 개최되는 특징 때문에 연말을 대표하는 서울 최고의 문화 축제로서의 상징성을 가지고 있다. 한국 미술 시장의 열기를 실감할 수 있고, 또한 대중과 예술이 만나는 가장 활발한 소통의 장이다.서울 아트쇼는 기본적으로 많은 갤러리와 작가들이 참여해 아트페어의 성격을 지니면서도, 주목할 만한 특별전을 기획하여 많은 관람객들과 켈렉터들에게 큰 관심을 받게 하고 있다. 갤러리 아트프라자(김삼란 관장) 부스 A-136에서는 추상미술의 거장 신현국작가의 특별전과 신현철작가, 박소은 작가등의 작품으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한국적 재료와 색채에 기반을 두고 인간과 세상의 관계에 대한 깊은 고민과 연구로 삶과 예술 속 반복적 조형 언어를 만들어 나가는 이희돈 작가의 작품은 큰 울림과 감동을 선물하고 있다. 화면에에 입술과 기
K-컬처 전득준 기자 | 한국 기하학적 추상미술 1세대 작가 조병현(1921~2011) 회고전이 충북갤러리(서울 인사아트센터 2층)에서 2026년 1월 19(월)까지 열리고 있다. 조병현 작가는 한국 근현대미술사에서 기하학적 추상미술을 개척한 선구자로, 초기 작업들은 점·선·면의 조형 실험을 바탕으로 독자적인 조형적 요소와 질서를 탐구하며 한국 모더니즘 미술의 한 축을 형성했으며, 후기에는 자연을 사유한 구상 회화로 전환하며 한국적 미감과 정신성을 추구했다. 작가는 한국 현대미술사의 격동기 속에서 기하학적 추상미술의 길을 개척하며 모더니즘의 마지막 계보를 잇는 선구자로 그의 작품은 주변 환경의 영향을 받으면서도 독자적인 조형적 질서와 조화를 찾아낸 점이 특징이다. 미술평론가 박미화는 “조병현의 기하학적 추상 작업은 시대적 영향 속에서도 고유한 조형 실험을 지속하며 한국 모더니즘 미술의 한 축을 형성했고, 한국미술에서 모더니즘 주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평했다. 또한 이번 전시 연계 특별 강연을 통해 발굴된 아카이브 자료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기록의 의미를 되새겼다. 충북문화재단 관계자는 “이번 전시가 지역 연고 작가에 대한 조명 작업을 통해 현대미
K-컬처 전득준 기자 | (재)안산문화재단(이사장 이민근, 이하 재단)이 2025년 추진한 경기에코뮤지엄 <안산: 땅과 시간의 이야기> 사업이 전시·기록·탐방 프로그램 등 세 가지 축으로 진행되어 가시적 성과를 내며 막을 내렸다. 2016년부터 시작된 안산에코뮤지엄 사업은 경기도, 경기문화재단, 안산시, 안산문화재단의 지역문화발전을 위한 중심사업으로 특히 올해 사업은 안산의 자연·생활·예술 자원을 입체적으로 재해석하며 지역과 시민이 함께 만드는 ‘지붕없는 박물관’의 방향성을 더욱 선명하게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안산에코뮤지엄 10년을 시민과 함께 정리한 기획전시 성과 대표적인 성과는 안산에코뮤지엄의 지난 10년과 미래에 대한 시선을 집약한 기획전시다. 대부도에코뮤지엄센터에서는 안산에코뮤지엄의 지난 10년에 대한 아카이브 전시 ‘물 때’, 수암마을전시관에서는 안산에코뮤지엄의 앞으로의 10년을 안산시민과 예술가의 참여로 만들어진 전시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가 상설전으로 운영되며, 그동안 진행된 안산에코뮤지엄을 유산으로 삼아 체계화하고 시민에게 공개한 자리였다. 전문가와 시민기획단이 직접 기획에 참여해 안산 전역으로 확장한 안산에코뮤지엄 사업을 작
K-컬처 전득준 기자 |2025년 12월 24일부터 29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 위치한 갤러리은(Gallery Eun)에서 《2025서울 크리스마스 아트페어》가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는 비영리 미술단체 홍익미술과 익선아트센터가 주관하고, 한국예총과 한국미술협회, 쁘띠프랑스의 후원·지원을 받아 진행된다. 1부는 동덕 아트갤러리에서, 2부는 12월 24일부터 29일까지 갤러리은에서 이어지는 연속 전시 구성으로 마련되었다. 홍익미술은 2011년 설립된 국내 대표 비영리 미술 단체로, 한국 미술의 세계화를 목표로 국내외에서 폭넓은 활동을 펼쳐왔다. 전시 기획과 국제 교류, 작가 지원 프로그램은 물론, 아트매거진과 온라인아트뉴스 발간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통해 한국 현대미술의 창작 기반과 국제적 위상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한국미술 과거·현재·미래》 전시 브랜드를 중심으로 예술의전당, 영국 런던 사치갤러리, 일본오카야마·오사카·시즈오카, 중국 대련·심양, 싱가포르 아트하우스 등 주요 해외 기관에서 전시를 진행하며 한국미술의 세계적 확장에 기여하고 있다. 또한 2024년부터 익선아트센터를 통해 전시 공간 운영과 한국미술 교육 프로그램을 전개하며 대중과의 접점을
K-컬처 이길주 기자 | 우현진 작가의 작품은 전통 민화의 상징 체계를 충실히 따르면서도, 그 안에 오늘의 호흡을 불어넣는다. 화면을 채운 모란은 단순한 부귀의 상징을 넘어, 시간 속에서도 시들지 않는 삶의 기품을 말한다. 붉은 모란과 백모란이 나란히 서 있는 구도는 대비가 아닌 공존을 택한다. 강렬함과 온유함, 열정과 평정이 한 화면 안에서 자연스럽게 숨을 고른다. 작품 하단을 받치고 있는 괴석은 이 그림의 또 다른 주인공이다. 푸른 기운을 머금은 기암은 흔들리지 않는 근간을 상징하며, 그 위로 자라나는 모란과 들꽃들은 삶의 지속과 회복을 은유한다. 이는 민화가 지녀온 길상吉祥의 의미를 오늘의 언어로 재해석한 지점이다. 화려함은 뿌리 위에서만 가능하다는 사실을, 작가는 조용히 화면으로 증명한다. 나비의 등장은 이 작품에 생동을 더한다. 정지된 병풍의 화면 속에서도 나비는 끊임없이 움직이며 계절의 흐름과 생명의 순환을 암시한다. 전통 민화가 지녔던 ‘기원의 그림’이라는 본질은 그대로 유지하되, 그 기원의 대상은 오늘을 사는 우리의 일상으로 확장된다. 우현진의 모란 병풍은 보여주기 위한 장식이 아니라, 바라보는 이의 마음을 다독이는 그림이다. 이 작품 앞에 서
K-컬처 이길주 기자 | K-민화와 민화한복이 만나는 ‘세화 특별전’이 오는 2025년 12월 31일부터 5일까지 서울 인사동 한국미술관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새해의 안녕과 복을 기원하던 전통 세화歲畵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K-민화 전시와 민화한복 패션, 문화 퍼포먼스를 아우르는 융복합 특별전으로 기획됐다. 특히 세화 특별전 “어서 오세요” “벽사초복僻邪招福·服”을 주제로, 민화가 지닌 민간적 상징성과 한복의 조형미를 결합해 전통 예술이 오늘날 어떻게 살아 움직일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번 세화 특별전은 K-민화를 단순한 감상의 대상이 아닌, 입고 걷고 경험하는 K-컬처 콘텐츠로 확장한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이러한 문제의식과 전시의 의미를 담아, 담화총사는 「K-민화가 지구촌 민간民間 시대를 연다」라는 제목의 기명 칼럼을 통해 세화전이 지닌 문화적·외교적 함의를 짚는다. 전통은 늘 질문을 받는다. “지금 이 시대에도 유효한가.” 그러나 더 정확한 질문은 이것이다. 전통은 어떻게 살아 움직이는가. 2026년 병오년 새해 첫날, 서울에서 개막하는 세화전歲畵展은 이 질문에 하나의 분명한 답을 내놓는다. 전통은 박물관에 보관될 때보다, 사람의 몸 위에서 살
K-컬처 김학영 기자 | 정교한 묘사도, 화려한 색도 없다. 오직 몇 개의 선과 여백뿐이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시선은 오래 머문다. 눈이 아니라 마음이 먼저 멈추기 때문이다. 부처님은 이 그림에서 위엄 있게 앉아 있지 않다. 얼굴은 윤곽만 남았고, 표정은 없다. 설법을 하거나 손짓을 하지도 않는다. 그저 조용히 그 자리에 앉아 계실 뿐이다. 그 고요함은 오히려 우리를 불안하게 만든다. 우리는 늘 무언가를 듣고, 배워야 안심하기 때문이다. 그 부처님 곁에는 작은 존재 하나가 있다. 스님도 아니고, 수행자라 부르기에도 애매한 사람. 그는 ‘불자’다. 완성되지 않은 존재, 아직 길 위에 있는 사람이다. 그는 부처님을 향해 무릎을 꿇고 있지만, 간절함이나 비장함은 없다. 두 손을 모은 자세는 공손하지만, 절박하지 않다. 마치 “여기에 잠시 있어도 되겠습니까”라고 묻는 듯하다. 이 그림의 왼편에 쓰인 한 글자, ‘佛’. 이는 단순한 명칭이 아니다. 이 장면에서 ‘佛’은 목적지가 아니라 방향이다. 도착하라는 명령이 아니라, 돌아올 수 있는 자리를 가리키는 표식이다. 길을 잃어도 다시 찾을 수 있는 좌표 같은 것이다. 중요한 것은 부처님도, 불자도 아니다. 이 그림의 핵
K-컬처 전득준 기자 | 안산 더갤러리에서는 전시 참여 작가들의 출품으로 도움이 절실한 어린이들 돕기 자선전시 2025 선물展 (선택받은 자의 예물)을 2026년 1월 4일까지 전시하고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들의 작품들과 중견작가들의 참여로 펼쳐지는 이번 기부프로젝트 기획전은 필요한 어린아이들을 온기와 사랑으로 보듬고 나눔으로 더 커다란 감동과 감사가 넘치는 전시로 진행되고 있다. 전시 오프닝에는 상록수어린이합창단(김민정 지휘자)과 드림오케스트라 (김성진지휘자)의 성탄 축하곡들을 연주하여 큰 감동을 선물하였으며, 제1회 안산 북 페스티벌 사생대회 수상작들도 함께 전시가 되어 그 의미를 더 하였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안산 더갤러리는 “아름다운 전시를 통하여 좋은 작품을 소장하고 예술의 아름다움을 참여하는 마음들이 많이 모여지길 바라고, 귀한 생명을 건강하게 돌 볼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응원 바란다.” 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