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컬처 김학영 기자 | 서울 올림픽공원 숲길 사이, 황금빛 기둥 하나가 하늘을 향해 솟아 있다. 단순한 직선의 구조 같지만, 가까이 다가서면 날카롭게 꺾인 면과 반복되는 기하학적 리듬이 긴장감 있게 살아 움직인다. 멕시코 출신 조각가이자 건축가 리카르도 레가조니(Regazzoni Ricardo)의 작품 「기둥 1-C(Column 1-C)」이다.
1942년 멕시코에서 태어난 레가조니는 멕시코 국립자유대학에서 건축을 공부하며 구조와 공간에 대한 깊은 이해를 쌓았다. 1970년 파리 도시계획연구소 장학금을 계기로 국제 무대에 진출했고, 뉴욕·바르셀로나·부에노스아이레스 등 세계 주요 도시에서 활동하며 건축적 조형언어를 확장해왔다. 현재는 뉴욕을 중심으로 조각과 건축을 넘나드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그의 작품 「기둥 1-C」는 100×100×380cm, steel/gilt(도금 강철)로 제작된 대형 공공조형물이다. 금빛 표면은 빛을 받아 시시각각 다른 색조를 드러내며, 주변 자연의 색채를 반사해 공간과 유기적으로 호흡한다. 단순히 서 있는 기둥이 아니라, 빛과 그림자를 통해 끊임없이 변화하는 ‘살아 있는 구조’다.
이 작품의 핵심은 ‘건축적 사고의 조각화’에 있다. 반복되는 절개와 비틀림은 마치 건축물의 내부 구조를 외부로 드러낸 듯한 인상을 주며, 안정과 불안, 균형과 긴장의 경계를 동시에 표현한다. 이는 단순한 미적 형상을 넘어, 인간이 구축한 문명과 그 속의 질서를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특히 올림픽공원이라는 장소성 속에서 이 기둥은 더욱 의미를 얻는다. 세계가 하나로 모였던 올림픽의 기억 위에, 이 기둥은 ‘서로 다른 문명이 한 방향을 향해 서 있는 모습’을 상징한다. 각기 다른 각도와 면으로 이루어졌지만 결국 하나의 축으로 모이는 형상은, 곧 다양성 속의 통합이라는 메시지다.
가을 숲 사이에서 이 황금빛 기둥은 자연과 대조되면서도 묘하게 어우러진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과 달리, 기둥은 움직이지 않는다. 그러나 그 표면 위에 스치는 빛과 그림자는 끊임없이 변한다. 정지된 구조 속에서 흐르는 시간, 그것이 바로 레가조니가 말하는 조형의 본질이다.
이 기둥은 묻는다.
“당신은 무엇을 향해 서 있는가.”
기둥은 말이 없지만, 그 방향은 분명하다.
언제나 위를 향하고 있다.
담화총사 한 줄 논평
“기둥은 서 있는 것이 아니라, 방향을 증명하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