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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아트

[담화총사 칼럼] 박도화 작가의 K-그라피 “서윤덕의 가을편지”

- 빈 벤치에 앉는 계절의 문장

K-컬처 강경희 기자 |  가을은 말을 걸어오는 계절이다. 박도화 작가의 K-그라피 작품 ‘서윤덕의 가을편지’는 그 말을 ‘앉으라’는 초대로 번역한다. 빈 벤치를 지키던 햇살이 먼저 다가와 말을 건네듯, 이 작품의 글씨 또한 관람자를 불러 세운다. 서 있는 마음을 내려앉히는 힘, 그것이 이 작품의 첫 인상이다.

 

 

작품 상단의 큰 글자 ‘가을’은 선언이 아니라 숨 고르기다. 힘 있게 쓰였지만 과장되지 않은 획은 계절의 절정이 아니라, 이미 기울기 시작한 빛의 온도를 담는다. 그 아래로 이어지는 시구들은 일정한 간격과 리듬으로 배치되어, 마치 잔잔한 음악의 악보처럼 읽힌다. 이는 “가을 나무 아래 잔잔한 음악이 흐르고”라는 시어를 시각적 구조로 옮긴 결과다.

 

배경의 잎들은 하나하나 또렷하지만 군집을 이룬다. 낙엽은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전달되는 것처럼 보인다. “바람 타고 낙엽편지가 배달된다”는 문장이 그림 속에서 실제로 구현되는 순간이다. 글씨는 그 편지를 여는 손짓이고, 여백은 그 편지를 읽는 시간이다.

 

K-그라피의 본질은 여기서 분명해진다. 글은 읽히는 동시에 공간을 만든다. 박도화의 붓은 감정을 설명하지 않는다. 대신 그 감정이 머물 자리를 마련한다. 그래서 이 작품은 장면을 보여주기보다 의자를 내어준다.

 

잠시 앉아도 좋다고,

아무 말 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작가 노트 | 박도화 명인
이 시를 읽으며
나는 ‘가을은 왜 사람을 앉히는가’를 생각했다.
비어 있는 벤치는 쓸쓸하지만
햇살이 먼저 앉아 있으면
그곳은 더 이상 외롭지 않다.

 

글씨를 쓸 때
소리를 키우지 않으려 했다.
가을은 늘 조용히 다가오기 때문이다.

 

낙엽은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도착하는 편지라고 믿는다.
그래서 잎 하나하나에
보내는 마음을 담았다.

 

이 작품 앞에서
누군가 잠시 마음을 내려놓고
‘앉아도 괜찮다’고 느낀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