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컬처 이길주기자 | 연못 위에 떠오른 연잎과 연꽃, 그 사이를 유영하는 물고기, 그리고 연밥 위를 노니는 새와 거북...안영자 작가의 민화 〈연화도〉는 전통 민화의 상징성과 현대적 감각을 절묘하게 결합해낸 작품으로, 민화가 지닌 상징적 언어를 현대적 회화 감성으로 재해석한 수작으로 평가된다.
작품은 화면 전체에 걸쳐 ‘생명력’과 ‘길상吉祥’이라는 두 축을 중심으로 서사가 전개된다. 연꽃은 불교적 청정淸淨을 상징하는 동시에 민화에서 영원한 생명과 다산의 상징으로 널리 쓰여 왔다. 화면 상단의 연잎은 푸른 기운을 머금은 산뜻한 채색으로 펼쳐지며, 그 위에 자리한 새들은 길한 소식을 전하는 ‘길금吉禽’으로 읽힌다. 연잎과 새가 서로를 바라보며 구성된 장면은 자연과 생명의 조화를 은유적으로 보여준다.
한편, 화면 중앙의 물고기들은 민화에서 가장 강력한 길상문 중 하나인 어魚·복福의 관계를 표현한다. 특히 두 마리의 큰 물고기가 서로 교차하며 오르는 모습은 풍요와 성공, 그리고 ‘입신양명立身揚名’을 상징하는 대표적 도상으로, 관운·승진·입학 등 인생의 큰 경사를 기원하는 의미를 품고 있다. 작가는 물고기의 비늘을 세밀한 필력으로 묘사해 전통 기법의 충실함을 보여주면서도, 밝고 투명한 색감을 사용해 현대적 청량감을 더했다.
또한 오른쪽에 표현된 거북龜은 장수와 인내, 그리고 흔들림 없는 삶의 기반을 상징한다. 힘찬 기운을 머금고 물 위를 내딛는 모습은 연화도의 서사를 균형 있게 지탱해주는 시각적 중심축 역할을 한다. 거북의 등껍질 문양과 발묵潑墨의 조화는 안영자 작가 특유의 섬세함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작품의 하단을 장식한 붉은 꽃문양과 청색 잎사귀는 화면에 생동감을 더하며, 한국적 색채 조화의 미학을 잘 보여준다. 아울러 배경 처리에서 보이는 바림과 크랙 텍스처는 고졸한 멋과 현대적 감각이 어우러진 질감을 완성한다. 이는 ‘전통의 계승’과 ‘현대적 변주’라는 민화의 본질을 충실히 반영한 요소로서 높이 평가된다.
안영자 작가의 〈연화도〉는 단순한 장식화를 넘어, 자연·생명·기원의 메시지를 한 화면 안에 조화롭게 담아낸 현대 민화의 아름다운 진화형이라 할 수 있다. 작품의 구성은 정교하지만 단정하며, 색채는 화려하지만 과하지 않다. 전통 민화의 정서를 기반으로 하면서도 회화적 감각을 더해 완성한 이번 작품은, 민화가 지닌 길상성과 아름다움을 현대적 감각으로 계승해온 작가의 역량을 잘 보여준다.
연꽃이 피고, 물고기가 춤추며, 거북이 걸음을 내딛는 이 한 장의 그림은 결국 삶의 풍요와 평안을 기원하는 마음 그 자체이다. 안영자 작가의 민화가 사랑받는 이유는 바로 이 담백하고 따뜻한 진심 속에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