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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아트

이시호 작가 <휘지 않는 나무>

- 더갤러리에서 6월 29일까지 전시

K-컬처 전득준 기자 | 사물들을 직접 촬영하고, 그 이미지를 출력한 뒤 회화와 결합해 하나의 장면을 담아내는 이시호 작가의 <휘지 않는 나무> 전시가 더갤러리(안산시 상록구 용신로 151)에서 6월 29일까지 열리고 있다.

 

 

 

작가는 도시의 길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무심코 지나치는 사물들, 예를 들어 쓰러진 안전고깔, 찢긴 천막, 낡은 파라솔처럼 기능을 잃고 방치된 물건들을 다룬다. 이들을 단순한 폐기물이 아니라, 도시의 시선에서 밀려나 존재하지만 인식되지 않는 사물들로 바라본다. 작가가 '도시 유기물'이라 칭하는 이러한 사물들은 많은 이들이 특별히 관심을 두지 않거나 의식조차 하지 못하는 사회적 존재와 겹쳐지며, 우리가 미처 살피지 못한 세계에 시선을 머물게 한다.

 

 

 

 

작가는 이 사물들을 직접 촬영하고, 그 이미지를 출력한 뒤 회화와 결합해 하나의 장면을 만든다. 작업은 도시의 풍경을 재현하는 것을 넘어, 하찮게 여겨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것들을 놓치지 않으려는 태도에서 출발한다. 사진은 그러한 것들이 실제로 존재했음을 보여주는 기록이고, 회화는 그 위에 정서나 시간의 흐름을 덧입히는 매체로 작용한다. 두 매체는 한 화면 안에서 섞이며, 하나의 풍경을 만들어낸다.

  

 

 

또한 작품 속 도시 유기물은 어딘가에 뿌리내리지 못한 채 머무는 듯한 모습으로 그려진다. 이는 특히 안정적인 주거를 갖기 어려운 청년 세대나 주변화된 사람들의 삶과 맞닿아 있으며, 작가는 이처럼 제자리를 찾지 못한 사물에게 회화로나마 잠시 머물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주고자 한다. 회화는 허구적 풍경이지만 도시 유기물에게는 유일하게 점유하고 애착할 수 있는 장소가 된다.

 

이러한 회화는, 사회의 시선에서 벗어난 존재들이나, 기능과 속도 중심의 질서 속에서 머물 자리를 잃어버린 자아를 화면 위에 드러낸다.  작가는 이를 통해 우리가 지나쳐온 어느 순간에 조용히 시선을 머물게 하고, 소외된 존재를 잠시라도 바라보는 시간을 살펴 볼수 있게 하는 전시이다.

 

이 시 호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  동대학원 재학중

전시기획, 문화기획자

 

인스타그램:  picassiho